주일 아침이었다.
정희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화장이 두꺼워졌다. 목소리가 낮아졌다. 본인은 사모가 단정해지려는 거라고 생각했다. 거울 속의 얼굴은 목요일보다 더 멀쩡했다. 멀쩡할수록 허벅지가 스타킹 안에서 욱신거렸다.
예린이 주방에 나와 있었다. 스물여섯. 성가대 반주 가는 날이라 검은 원피스에 구두였다. 피아노 가방이 현관에 세워져 있었다. 교복이 아니라, 학원에서 어른을 가르치는 사람의 옷이었다.
「엄마, 화장 진하다. 피곤해 보여.」
「주일이야. 얼굴이 살아야지.」
예린이 커피를 따르다 말고 정희의 다리를 봤다. 투피스 치마 아래로 살색 스타킹이 올라와 있었다. 평소와 같은데, 올이 두 겹처럼 두꺼워 보였다.
「스타킹 또 갈아 신었어? 어제 밤에도 화장실에서 갈아 신더니. 올 나갔어?」
「그래. 올이 나가서.」
거짓말이 쉽게 나왔다. 예린이 눈을 가늘게 떴다. 따지지 않았다. 다만 커피 잔을 내려놓는 속도가 느렸다.
「요즘 스타킹을 너무 자주 갈아. 허리가 아프다며. 내가 파스 사다 줄까.」
「됐다. 심방이 좀 길어서 그래.」
「성자 집사 집? 목요일에도 갔잖아. 아빠가 그러더라.」
정희가 토스트를 접시에 밀었다. 접시가 살짝 달그락거렸다.
「청년이 방황하면 끊으면 안 돼. 오늘은 예배만 드리고, 오후에 잠깐만 더 보고 올게.」
예린이 「오후에 또?」 했지만 정희는 대답 대신 가방을 챙겼다. 성경 옆에 목요일에 받아 온 손수건이 있었다. 예린이 그 손수건을 보지는 못했다. 못 봐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정희는 손수건이 만져지는 쪽으로 가방을 더 깊이 닫았다.
*
은혜교회 여자 화장실.
예배가 시작되기 삼 분 전이었다. 정희는 칸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치마를 올렸다. 스타킹 너머로 허벅지가 아직 분홍이었다. 종아리의 손바닥 자리는 옅어졌는데, 앉으면 스치는 자리는 살아 있었다. 천이 자국을 쓸 때마다 아래가 열렸다. 숨기고 싶은 마음과, 누가 저걸 보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과, 보면 안 되는데 보면 좋겠다는 마음이 한꺼번에 올라왔다.
다리를 모았다. 모은 채로 숨을 골랐다. 입 안에서 목요일에 배운 문장이 한 바퀴 돌았다. 씨발, 좆나 좋아요, 사모보지. 강단 옆 화장실에서 그 말이 굴러다니는 게 싫어서 물로 입을 헹구듯 삼켰다. 단추를 확인하고, 진주를 만지고, 미소를 만들어 나갔다.
복도에서 예린이 피아노 가방을 든 채 서 있었다.
「엄마, 칸에서 오래 있었어. 배 아파?」
「괜찮아. 스타킹만 올렸어.」
예린의 시선이 잠깐 종아리로 내려갔다. 정희가 걸음을 빨리했다. 빨리할수록 자국이 스쳤다. 스치는 걸 얼굴에 안 내는 게, 이제는 예배 준비였다.
*
예배당.
도현이 강단에 올랐다. 본문은 순종이었다. 정희는 맨 앞, 사모 자리에 무릎을 붙이고 앉았다. 앉는 순간 허벅지 자국이 의자 나무에 눌렸다. 열이 올라왔다. 찬송이 시작됐다. 예린의 반주가 단정했다. 스물여섯의 손가락이 건반 위에서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움직였다.
가사를 따라가다가 한 박자를 놓쳤다. 입이 늦게 열렸다. 늦은 동안 청년석 맨 뒤가 보였다. 진성. 찬송가 책을 바르게 든 얼굴. 그 얼굴이 이쪽을 보지 않았다. 보지 않는 게 더 남았다. 목요일에 맞던 손, 가르쳐 주던 입이 저 예의 바른 옆에 붙어 있다는 생각이 나자 아래가 젖었다. 스타킹이 살에 붙었다. 붙는 걸 무릎을 더 모아서 숨겼다.
본문이 순종을 말했다. 순종하라는 구절이 읽힐 때마다 정희의 안이 조였다. 조이는 걸 찬송가 책으로 가렸다. 가려도 허벅지는 의자에 눌려 있었다. 눌린 자국이 살아나서, 한동안 도현의 입만 보고 있어야 했다. 보다가 또 청년석으로 눈이 갔다. 진성은 여전히 책을 보고 있었다. 그 공손이 목요일의 식탁과 겹치면, 강단 아래 사모 자리가 식탁 모서리처럼 느껴졌다. 느껴지는 대로 앉아 있으면 안 되니까, 허리를 더 곧게 했다. 곧게 할수록 스쳤다.
도현이 강단 위에서 그 한 박자를 봤다. 아내의 입이 늦었다. 평소의 정희는 가사를 안 놓친다. 놓친 입이 청년석 쪽을 한 번 스쳤다. 스친 각도가 너무 정확했다. 도현은 본문을 읽으면서 그 각도를 지우려 했다. 지워지지 않았다. 시험이라고 이름 붙였다. 마귀가 눈을 더럽힌다고 했다. 이름 붙인다고 시선이 돌아오는 건 아니었다. 마이크를 잡은 손에 땀이 났다. 순종을 설교하는 입이, 아내가 누구를 보았는지를 세고 있었다. 세는 자기가 목사가 아니라 남편이 되는 기분이 싫어서 본문을 한 줄 더 크게 읽었다. 크게 읽을수록 정희의 무릎은 더 가지런했다. 가지런한 게 오히려 이상했다.
축도가 끝나자 교인들이 일어났다. 정희도 일어났다. 일어서며 치마가 종아리를 쓸었다. 예린이 피아노에서 내려와 엄마 옆에 섰다. 서면서 시선이 내려갔다. 스타킹 사이로, 종아리 바깥쪽에, 옅은 분홍이 가늘게 남아 있었다. 의자 모서리에 긁힌 것 같기도 하고, 손바닥 같기도 했다.
「엄마.」 예린이 낮게 했다. 「다리. 그게 뭐야.」
정희가 치마를 내려 가렸다. 가리는 손이 너무 빨랐다.
「의자야. 앞자리가 나무라서.」
「손자국처럼 보이는데.」
「예린아. 성가대 사람들 있어. 나중에.」
나중에, 가 거절이었다. 예린이 입을 다물었다. 다문 입이 편하지는 않았다. 하은이 성자 옆으로 붙으며 「언니 오늘도 예쁘다」 했다. 성자는 도도하게 웃고, 정희에게는 집사의 인사를 했다. 추한 말은 없었다. 권사, 어머니, 여동생으로 앉아 있으라는 진성의 말이 여기까지 와 있는 것 같았다. 정희는 그 인사가 고마우면서, 그 고마움이 이미 같은 편처럼 느껴져서 귀가 뜨거워졌다.
목양실에서 도현이 안경을 고쳐 쓰며 물었다.
「오늘 찬송 한 박자 늦었어. 어디 불편해.」
「피곤해서. 목요일 심방이 길었어.」
「주일에 또 간다고 했지. 내가 가지. 청년이면 담임이 보는 게 맞아.」
정희가 가방 끈을 쥐었다.
「내가 이미 이야기를 열었어. 중간에 목사님이 들어가면 그 아이가 입을 닫아요. 오늘은 나만 갔다 올게. 오래 안 있어.」
도현이 성경을 가슴에 붙였다. 붙인 채로 잠깐 말이 없었다. 아내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았다. 화장이 진했다. 찬송을 놓쳤다. 청년석을 봤다. 하나하나는 핑계가 됐다. 모아 놓으니 이름이 안 붙었다.
「너무 자주 가지 마. 성자 집사 가정이 은혜로우면, 이제는 천천히 해도 돼.」
「알아요. 고치려면 중간에 끊으면 안 돼요.」
고치려면, 가 목요일 식탁에서 듣던 말과 같은 단어였다. 도현은 그 단어의 온도를 몰랐다. 목회 용어로 받아 넘겼다. 받아 넘긴 자기가 편하지 않아서, 축도 때 쓴 손을 한 번 펴 보았다. 땀이 나 있었다.
정희가 먼저 나갔다. 목양실 문이 닫힌 뒤에도 도현은 앉아 있었다. 열쇠를 집어 들었다. 성자 집사 집 주소를 이미 알고 있었다. 따라가면 목회가 되고, 따라가지 않으면 못 본 척이 됐다. 둘 다 싫었다. 열쇠를 서랍에 넣었다. 넣은 손이 떨렸다. 떨리는 손을 기도라고 부르려다, 기도가 안 나와서 안경만 닦았다. 차를 타고 집으로 갔다. 한 번 성자 집사 집 쪽으로 핸들을 꺾을 뻔했다가, 바로잡았다.
예배당이 빈 뒤, 예린은 맨 앞 의자를 한 번 쓸었다. 엄마가 앉았던 자리. 나무에 아무것도 안 남아 있었다. 없는데 아침에 본 스타킹이 떠올랐다. 허리를 아파하면서 의자를 탓하는 엄마. 청년석을 한 박자 늦게 보던 엄마. 스물여섯이면 어린애 핑계가 안 됐다. 피아노 가방 끈을 쥐고 복도로 나왔다. 목양실 앞을 지나다 문이 닫혀 있는 걸 봤다. 아빠가 안에 있는 것 같았다. 두드리지 않았다. 두드리면 엄마 이야기를 해야 했고, 아직 이름이 없는 걸 아빠에게 먼저 주고 싶지 않았다.
*
분당. 진가.
벨이 울리기 전에 진성이 세 사람을 거실에 앉혀 두었다. 성자는 어머니로, 지숙은 권사로, 수연은 여동생으로. 추한 말은 없었다. 문이 열리자 정희가 회색 투피스로 들어왔다. 예배 끝난 지 한 시간째였다. 가방을 내려놓고 앉았다. 무릎을 모았다.
「고치러 왔어요.」
진성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어요. 차 한 잔 하시고.」
성자가 차를 따랐다. 지숙이 잔을 밀었다. 수연이 「안녕하세요, 사모님」 하고 밝게 웃었다. 밖의 웃음이었다. 정희는 그 웃음을 받아 주고,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손이 떨렸다. 예배 때 이미 젖은 자리가 의자 천에 붙어 있었다. 붙는 걸 티내지 않으려고 허리를 곧게 했다. 곧게 할수록 자국이 스쳤다.
진성이 「어머니, 권사님, 수연이」 했다. 「앉아 계세요. 말은 내가 해요.」
세 사람이 잔을 내려놓지 않은 채 앉았다. 진성이 정희에게 식탁 쪽을 보았다.
「치마. 머리 그대로. 예배 끝난 얼굴로.」
정희가 일어났다. 성자와 지숙과 수연이 보는 앞에서 식탁 모서리를 잡았다. 숙이는 각도를 스스로 맞췄다. 창피해서 귀가 탔다. 창피한데 아래가 더 열렸다. 진성이 치마를 허리까지 올렸다. 스타킹 너머 허벅지가 예배 의자보다 진했다. 앉아서 문질러진 자리였다.
「예배 때 이미 이랬네요.」
「말하지 마세요. 저기… 사람들이…」
「저기는 권사고 어머니고 여동생이에요. 추한 말 안 해요. 사모님만 맞으면 돼요.」
첫 대가 목요일 자국 위에 떨어졌다. 소리가 거실을 쳤다. 정희가 식탁을 잡았다. 입은 단정하려고 했는데, 숨이 먼저 새었다.
「아… 감사합니다…」
두 번째. 물이 스타킹 안에서 한 줄 내려갔다. 수연이 눈을 내리깔았다. 내려깔아도 소리는 들렸다. 지숙이 잔을 두 손으로 감쌌다. 성자는 도도한 얼굴을 유지한 채, 다만 귀가 붉었다.
「좋아요, 싫어요.」
「좋아요… 맞으니까 생각이 멈춰요… 예배 때 여기가 간지러워서… 찬송을 놓쳤어요…」
「찬송 놓친 입이 지금 뭐라고 해야 해요.」
정희가 이를 악물었다. 악문 이가 풀렸다. 배운 문장이 나왔다. 이번엔 처음부터 씨발이 아니었다. 진성이 기다렸다.
「사모보지가… 좋아요… 질질… 씨발, 좆나 좋아요… 사모보지가 좆나게 질질 싸요… 주인님…」
말이 나오자 세 번째에 왔다. 짧게, 참지 못하고. 상의는 단정했다. 진주가 흔들렸다. 진성이 속옷을 옆으로 제치고 손가락으로 쓸었다. 이미 미끄러웠다.
「예배 보고 이 상태로 왔네요. 이름 하나 더 있어요.」
「그 말은… 아직…」
「암캐. 한 번만 따라 해요.」
정희가 고개를 저었다. 저으면서도 허리는 높았다.
「나는 암캐가 아니에요. 사모예요. 목사 아내예요.」
말이 떨어지는 자리에 암캐가 들어 있었다. 진성이 그 위에 한 대를 더 쳤다. 치는 동안 손가락이 들어갔다.
「아니라고요. 다시.」
「암캐가… 아니에요… 아, 거긴… 빼요… 암캐가 아닌데 보지가…」
부정하는 입이 이미 그 단어를 물고 있었다. 진성이 손가락을 빼지 않은 채로 물었다.
「예배 때 젖고, 딸한테 스타킹 거짓말하고, 여기 와서 맞으면서 조이면. 사모만은 아니죠.」
「거짓말 안 하려고… 했는데… 올이 나갔다고 했어요… 예린이가 스물여섯이라 속을 안 해요… 그래서 더… 씨발, 들킬까 봐 젖어요… 이러면 안 되는데…」
진성이 바지를 내리고 뒤에서 넣었다. 끝까지 들어왔다. 정희의 입이 열렸다. 소리가 안 나왔다. 가득 찬 감각에 허리가 혼자 받아 쳤다.
「뭐가 들어왔어요.」
「좆… 주인님 좆이… 암캐… 아니, 사모 보지에… 씨발 좋아요…」
「암캐 보지. 말해 봐요.」
한 대. 박힌 채로 맞으니 안이 조였다. 성자가 차를 식지 않게 잔을 한 번 돌렸다. 돌리는 손이 떨리지 않게 애쓰는 게 보였다. 수연은 무릎을 붙인 채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지숙은 눈을 감았다가, 감으면 소리가 더 커져서 다시 떴다.
「암캐 보지예요… 씨발 좆나 좋아요… 암캐 보지가 좆나게 질질 싸요… 주인님… 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성이 허리를 움직였다. 깊고, 일정하고, 자국 위에 손바닥을 보탰다. 칠 때마다 정희의 문장이 흔들렸다. 흔들려도 머리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흐트러지면 안 된다는 걸 이제는 몸으로 알고 있었다.
「하나.」 진성이 세었다. 「말은 맞을 때마다. 암캐부터.」
「둘… 암캐예요… 감사합니다…」
「셋.」
「씨발… 암캐 보지가… 질질… 주인님…」
수연이 숨을 삼켰다. 삼킨 숨이 여동생의 숨이었다. 성자가 「수연아, 무릎」 하고 낮게 했다. 추한 말은 아니었다. 앉으라는 엄마의 말이었다. 수연이 무릎을 다시 붙였다. 지숙이 잔을 한 모금 마셨다. 마시는 목구멍이 울렸다. 정희는 그 소리들이 다 들리는 채로, 식탁을 잡고 허리를 받아 쳤다.
「딸이 물으면.」
「올이 나갔다고… 불 끄고… 설명 안 해요… 씨발… 그런데 자국이 좋아서… 내일 또 앞자리에 앉고 싶어요… 찬송 놓쳐도… 그 한 박자가 좋아요…」
「밖에서 이 입 쓰면.」
「안 해요… 추하면… 안 해 주시잖아요… 여기서만… 씨발… 암캐예요… 고치러 온 척하고 맞으러 왔어요…」
진성이 허리를 멈추고 빼지 않은 채로 말했다.
「목사님이 따라온다고 했어요. 그래서 내가 말렸어요, 까지 보고해요.」
정희가 숨 고르며 말했다. 자지를 문 채로 말이 끊겼다.
「따라온다고… 청년이면 담임이 봐야 한다고… 내가 이야기를 열었다고 했어요. 중간에 들어오면 그 아이가 입을 닫는다고… 그 아이가 당신인데… 씨발… 말하는 중에도 먹고 있어요… 따라오지 않은 게 다행인지, 아쉬운지… 모르겠어요…」
「싫어요?」
「들키면 끝이에요. 그런데 들킬까 봐 더 조여요. 암캐예요. 이 말이 맞아요. 주인님.」
진성이 깊이 박고 사정했다. 정희가 받아내며 작게 또 왔다. 오는 동안에도 진주가 제자리였다.
진성이 빼고 소파에 앉았다. 「가로로. 종아리. 딸이 본 자리 다시.」 정희가 무릎 위에 엎드렸다. 진주의 위치를 가늠하고 팔걸이에 팔뚝을 얹었다. 손바닥이 종아리에 떨어졌다. 짧고 가까웠다. 스타킹 밑이 다시 분홍으로 달아올랐다.
「거긴… 예린이가 봤어요… 내일 반주할 때 또 내려다보면…」
「그래서 다시 해요. 숨길 거면 더 단정하게. 자국은 스타킹 밑으로만.」
진성이 상체를 일으켜 세우고 단추를 하나 풀었다. 둘. 정희가 손을 내리지 못하고 허벅지에 붙였다. 「예.」 낮게 했다. 브라 컵을 내리자 왕가슴이 공기에 닿았다. 꼭지가 서 있었다. 진성이 엄지로 문질렀다. 허리가 앞으로 꺾였다.
「강단 아래 접어 둔 거. 여기서만 열어요.」
「예… 빨아 주세요… 오래 안 만져졌어요… 목사님은… 요즘은 손도 안 대요… 내가 피해서…」
진성이 꼭지를 입에 물지 않고 비틀기만 했다. 비틀자 보지가 또 물을 흘렸다. 흘리는 걸 성자가 보지 않으려고 잔만 봤다. 보는 척 안 하는 눈이 이미 알고 있었다.
세 대. 네 대. 다섯 대에 정희가 허벅지로 또 흘렸다. 흘리면서 배운 문장을 이었다. 이번엔 암캐가 앞에 붙었다.
「씨발 좆나 좋아요… 암캐 보지가 좆나게 질질 싸요 주인님… 종아리 맞으면 예배당 의자가 생각나서…」
진성이 일으켜 무릎을 바닥에 꿇렸다. 「입. 조신하게. 이빨 말고. 자기가 싼 거 닦아요.」 정희가 혀를 내밀어 핥았다. 짠맛. 눈을 들고 빠는 입이 예배 때 찬송 놓친 입이었다. 진성이 머리를 누르지 않았다. 누르지 않는 게 더 창피했다. 침이 턱으로 흘렀다. 진주가 그 침에 빛났다. 수연이 고개를 돌렸다. 성자가 잔을 내려놓으며 낮게 「향수」 만 했다.
「막아요. 화장실. 스타킹 올리고 미소. 문은 다 닫지 마요.」
정희가 손가락으로 막은 채로 화장실에 들어갔다. 거울 속에 예배 끝난 사모가 있었다. 은빛 단발, 진주, 허리까지 올린 치마, 스타킹 너머로 더 진해진 허벅지. 숨기고 싶은 마음과 저걸 앞자리에 다시 앉혀 보고 싶은 마음이 같이 올라왔다. 스타킹을 올리자 천이 자국을 스쳤다. 스칠 때마다 보지가 맥을 쳤다. 단추를 잠그고 미소를 만들었다. 입 안의 암캐를 물로 헹구듯 삼켰다.
거실로 나오자 성자가 식을 뻔한 차를 다시 따랐다. 추한 말은 없었다.
「향수만 남기세요. 밖에서는.」
정희가 잔을 받아 마셨다. 젖은 소파가 아니라 오늘 진성이 가리킨 자리, 단정한 쪽이었다. 앉자 자국이 울렸다. 울리는 걸 얼굴에 안 냈다. 수연이 밝게 「사모님, 다음 주에도 오시면 저 학교 가기 전에 인사할게요」 했다. 여동생의 인사였다. 그 인사가 방금 본 것과 같은 입에 붙어 있어서, 정희는 고맙다고 하면서 귀가 더 뜨거워졌다.
현관에서 진성이 치마 끝을 올리지 않았다. 오늘은 올리지 않는 게 지시였다. 손가락으로 스타킹 위 종아리만 한 번 쓸었다. 쓸리자 무릎이 붙었다.
「내일 앉아도 생각나요. 목사님 앞에선 그 얼굴. 딸 앞에서도.」
「딸이… 아침에 스타킹을 물어봤어요.」
「뭐라 했어요.」
「올이 나갔다고.」
「그걸로 돼요. 불 켜 놓고 설명하지 마요.」
정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을 신으며 「고치러 온 거예요. 아직」 했다. 진성이 「그 말로 와요」 했다. 문을 열고 나갔다. 엘리베이터 유리에 완벽한 사모가 비쳤다. 속은 막혀 있었다. 걸을 때마다 움직였다. 움직이는 걸 얼굴에 안 냈다. 차에 앉아 시동을 걸기 전에, 허벅지 밑으로 손을 넣어 자국을 한 번 눌렀다. 누르면 예배 때 놓친 박자가 귀에서 났다. 차 안에서만 작게 말했다.
「씨발… 암캐예요… 찬송 놓치고 젖고 왔잖아…」
백미러에 진주가 보였다. 입을 다물었다. 집으로 가는 길이 평소보다 짧았다. 짧아서 얼굴이 채 안 식었다.
*
그 사이 목사 사택. 도현은 이미 소파에 앉아 있었다. 성경을 폈다. 본문이 안 들어왔다. 시계를 봤다. 심방이 길지 않다고 했으면, 지금쯤 나와야 했다. 안 나왔다. 예린이 피아노 가방을 내려놓고 현관에서 구두를 벗었다.
「아빠 일찍 왔네. 엄마는?」
「심방. 성자 집사.」
「또?」 예린이 악보를 꺼내다 말고 아빠 얼굴을 봤다. 「찬송 한 박자 놓친 거, 아빠도 봤지?」
도현이 안경을 밀어 올렸다. 「봤어. 피곤하다고 했어.」
「종아리도 봤어. 손자국 같았어. 의자 같다고 했어.」
도현이 성경 모서리를 엄지로 쓸었다. 쓸어도 글자는 안 읽혔다. 「함부로 말하지 마. 네 엄마야.」
「함부로 하기 싫어서 말하는 거야. 스물여섯이야.」 예린이 현관 쪽에 앉았다가, 세탁 바구니를 지나치며 한 번 봤다. 아침 스타킹이 따로 개어져 있지 않고 구겨져 있었다. 안쪽이 조금 번져 있었다. 땀이라고 하기엔 자리가 가랑이였다. 바구니를 밀고 구두를 가지런히 모았다. 「아빠는 강단에서 보고, 나는 피아노에서 보고. 둘이 말을 안 하면 그건 보호가 아니라 모른 척이야.」
도현이 대답하지 못했다. 대답하면 따라가지 않은 오후의 열쇠가 실체가 됐다. 예린이 악보를 펼쳤다. 펼친 채로 건반은 치지 않았다. 두 사람이 거실에서 엄마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일이 이미 이상했다.
정희가 문을 열었다. 회색 투피스, 진주. 완벽한 사모. 도현의 안경 너머 눈이 그 걸음을 따라왔다. 걸음이 조심스러웠다. 의자 앉는 여자처럼 엉덩이를 살짝 비껴 내려앉았다.
「오래 안 있다며.」 도현이 말했다.
「차가 밀렸어요. 가정이 은혜로워요. 청년도 잘 듣고.」
은혜로워요가 목요일과 같은 거짓이었다. 도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아내가 앉는 각도를 한 번 더 봤다. 한쪽 엉덩이를 덜 기대고 있었다. 허리 결림이라고 하기엔, 결린 사람이 스스로 자리를 고르는 방식이었다.
예린이 악보를 덮었다. 스물여섯이 엄마 빨래를 심문하는 기분은 더러워서, 더러운 채로 입을 열었다.
「엄마. 다리 보여 줘. 아까 교회에서 본 거.」
「예린아.」
「스물여섯이야. 어린애 취급하지 마. 종아리에 손자국 같은 게 있었어. 스타킹을 두 켤레씩 신는 것도 그렇고. 아빠는 찬송 놓친 것만 물어보고.」
도현의 성경이 무릎에서 살짝 미끄러졌다. 미끄러진 걸 손으로 붙잡았다.
「예린. 엄마를 심문하듯이 말하지 마. 사모가 교인 집을 다니는 일이야.」
「심방이면 왜 화장이 더 진하고, 목소리는 더 낮고, 화장실에서 스타킹만 올리고 나와? 나 반주하다 다 봤어.」
정희가 일어섰다. 일어서며 치마가 다시 종아리를 쓸었다. 쓸리는 게 들킬까 봐 걸음을 짧게 했다.
「오늘 피곤해. 이야기는 내일 하자.」
예린이 따라 일어나다 멈췄다. 엄마의 귀가 빨갰다. 화난 빨강이 아니었다. 들킨 빨강에 가까웠다. 예린은 그 빨강을 이름 붙이지 못한 채 악보를 가방에 넣었다.
「진성 씨. 그 청년. 엄마가 예배 때 그쪽을 봤어. 내가 피아노에서 봤으니까.」
거실이 잠깐 조용했다. 도현이 안경을 벗었다가 다시 썼다. 벗는 동안 눈이 피할 곳이 없었다. 아내가 청년석을 본 각도를, 강단 위에서도 이미 알고 있었다. 알고도 지금 딸 입에서 나오니 시험이라는 이름이 얇아졌다.
「예린아. 그런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야. 청년 심방이야.」 정희의 목소리가 낮았다. 낮은 게 설득처럼 들리지 않았다. 「네 엄마를 그렇게 보지 마.」
「그렇게 보기 싫어서 묻는 거야.」
정희가 방을 향해 걸었다. 도현이 「밥은?」 했다. 「먹었어.」 또 거짓이었다. 진가에서 차만 마셨다. 안에 아직 막혀 있는 게 있어서 밥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치마를 올렸다. 스타킹 너머 허벅지가 목요일보다 진했다. 오늘 겹쳐 맞은 자리였다. 손가락으로 가랑이를 확인했다. 끈적했다. 끈적한 걸 보며 허리가 떨렸다. 넣을 뻔했다. 넣으면 그 집 밖의 일이 될 것 같아서 손을 뺐다. 스타킹을 올리고 미소를 지워 평소 얼굴로 돌아갔다.
저녁에 식탁에 앉았다. 도현이 기도를 했다. 순종을 빌었다. 빌수록 아내가 앉는 각도가 신경 쓰였다. 정희는 국을 떠 놓고 많이 안 넘겼다. 안에 아직 막혀 있어서 배가 불렀다. 도현이 「밥이 적어」 했다. 「예배 때 속이 안 좋았어.」 또 거짓이었다. 예린이 수저를 멈추고 엄마의 종아리를 식탁 밑으로 보려다, 보는 척이 티 날까 봐 김치만 집었다. 한쪽을 들고 앉는 여자. 찬송을 놓친 입. 청년석을 본 눈. 딸이 손자국이라고 한 다리. 도현은 국그릇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허리, 내가 볼까.」
「됐어. 파스 붙였어.」
붙이지 않았다. 예린이 수저를 멈추고 엄마를 봤다. 보는 눈이 스물여섯의 눈이었다. 어린 의심이 아니었다. 성가대에서 박자를 세는 사람의 눈이었다.
밤에 예린이 안방 문을 두드렸다. 도현은 이미 옆에 누워 있었다. 정희가 문을 살짝 열었다. 예린이 원피스 차림 그대로 서 있었다. 가방은 방에 내려놓은 뒤였다.
「엄마 다리, 진짜 의자야?」
정희가 대답 대신 불을 껐다. 꺼진 어둠 속에서 예린의 숨이 한 번 길었다.
「불 켜. 보여 주면 내가 안 물어.」
「내일 예배 준비해야지. 자라.」
문이 닫혔다. 예린의 발소리가 복도로 멀어졌다. 도현이 어둠 속에서 말했다.
「왜 불을 껐어.」
「피곤해서.」
「딸이 손자국이라는데. 내가 강단에서 찬송 놓친 것도 봤어. 청년석도.」 말이 설교처럼 낮았다. 「내가 따라갈까 했어. 오후. 따라가면 인정하는 것 같아서 안 갔어.」
정희의 엉덩이가 시트에 닿을 때마다 열이 올라왔다. 열이 올라오는 걸 남편 쪽으로 다리가 붙지 않게 붙였다. 도현의 손이 허리로 왔다. 왔다 멈췄다. 멈추는 손이 평소의 손보다 조심스러웠다.
「오늘은 자자. 주일이야.」 정희가 손목을 옆으로 밀었다. 「허리 아파.」
도현이 손을 거뒀다. 거둔 손이 자기 가슴 위에서 기도를 만들려다 말고, 그냥 내려왔다. 코를 골지 않았다. 골지 않는 밤이 길었다.
정희는 천장을 봤다. 입 모양만 만들었다. 소리는 안 냈다. 씨발 좆나 좋아요. 암캐 보지가 질질 싸요. 주인님. 도현이 뒤척일 때마다 입을 다물었다. 다문 입이 내일 아침의 더 완벽한 화장으로 남았다. 손가락은 넣지 않았다. 넣는 순간 이 집에서 그 집의 암캐가 되는 기분이었다. 딸이 문을 두드린 집이니까, 더더욱 안 됐다.
도현은 눈을 감고도 강단이 보였다. 아내의 늦은 입. 청년의 뒷모습. 따라가지 않은 오후. 따라가지 않은 게 피함인지 믿음인지, 이름이 안 붙었다. 피하면 인정이다, 라는 문장이 한번 스쳤다. 스친 문장을 기도로 덮으려 했다. 덮어지지 않았다.
다음엔 가 보리라. 심방 가방을 내가 들겠다. 그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아내가 불을 끈 이유를 묻지 못한 자기가 이미 앉아 있는 사람 같았다. 앉아 있는 줄은 아직 몰랐다. 모르는 채로 아침이 오고 있었다.
그 시각 진가. 성자가 식탁을 닦으며 말했다. 「다음에 목사님이 오시면요.」 진성이 「오면 앉히면 돼요. 오늘은 아직.」 했다. 지숙이 가디건을 여미고 「사모님이 종아리를 감추면서 걸었어요. 감추는 게 티가 났어요.」 했다. 수연이 「저 여동생으로 잘 앉아 있었죠?」 했다. 진성이 「잘했어. 말은 내가 해.」 했다. 오늘은 소파가 안 젖어 있었다. 식탁 모서리만 닦으면 됐다.
*
예린은 자기 방에서 불을 켜 둔 채 누워 있었다. 엄마가 불을 끈 손이 자꾸 떠올랐다. 보여 주면 안 묻겠다고 했는데, 보여 주지 않았다. 보여 주지 않는 다리가 오히려 선명했다. 스타킹 두 겹, 종아리 분홍, 청년석. 이름 없는 것들을 피아노 박자처럼 세다가, 세는 일이 무서워져서 악보를 덮었다. 덮고도 잠이 안 왔다. 안 오는 밤에 엄마 안방 문이 한 번도 다시 열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