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4 · 서장 종료

배덕 · 예린

앉은 목사 · 스타킹 자국 · 스물여섯

빈 예배당. 정희가 강단 아래 의자를 똑바로 놓고 진성을 앉히지 않았다. 앉은 것은 김도현이었다. 목사는 성경을 펴 둔 채 고개를 들지 못했다. 도현. 눈 감지 마요. 기도가 아니에요. 보는 게 당신의 예배예요. 음란한 말은 하나도 없었다. 없어서 더 배덕이었다.

주제파악은 한 문장이다. 나는 막을 사람이 아니다. 나는 볼 사람이다. 도현의 입이 그 문장을 아직 다 뱉지 못했다. 몸이 먼저 뱉었다. 무릎이 접히고 성경이 바닥에 안 닿게 붙들렸다. 붙드는 손이 목사의 마지막 직무다. 직무가 굴욕이 되는 감각이 커컬드의 성취다. 성취를 자랑하면 천박하다. 그는 강단 말투로만 떨었다.

*

그 주 저녁, 김예린이 피아노 가방을 현관에 내려놓았다. 스물여섯의 단정한 원피스. 분명히 성인인 얼굴. 엄마가 청년 심방 간다고 해서 내가 인사드리러 왔어요. 시선이 엄마의 종아리로 갔다. 스타킹 아래로 희미한 자국. 예린은 본 척하지 않으려다 실패했다. 실패가 서장의 마지막 문이다.

엄마 요즘 이상해요. 스타킹을 자꾸 올리세요. 숨기려는 건지 보여 주려는 건지. 진성 씨는 아시나요. 질문은 공손했다. 공손한 예민함이 이 히로인의 무기다. 진성은 아실 필요 없다고 했다. 필요 없으면 더 궁금하거든요. 저는 어린애가 아니에요. 선언이 예린을 서장 안에 완성시킨다.

거부하는 딸을 한 번에 무릎 꿇리면 히로인이 아니다. 오늘은 자국만 보았다. 본 자국이 잊히지 않는 것이 타락의 입구다. 정희는 딸 앞에서 코트를 목까지 잠갔다. 잠글수록 자국이 상상되었다. 상상이 조력자의 용기를 만든다. 숨길 집이 없어지면 앞장선다. 서장이 닫힌다. 닫힌 문 뒤에 15가 있다.

빈 예배당. 정희가 진성을 앉히지 않았다. 앉은 것은 김도현이었다. 도현. 눈 감지 마요. 기도가 아니에요. 보는 게 당신의 예배예요. 음란한 말은 하나도 없었다. 없어서 더 배덕이었다. 주제파악은 한 문장이다. 나는 막을 사람이 아니다. 나는 볼 사람이다. 입이 아직 다 뱉지 못했다. 몸이 먼저 뱉었다. 무릎이 접히고 성경이 바닥에 안 닿게 붙들렸다. 붙드는 손이 목사의 마지막 직무다. 직무가 굴욕이 되는 감각이 커컬드의 성취다. 성취를 자랑하면 천박하다. 그는 강단 말투로만 떨었다.

그 주 저녁 김예린이 피아노 가방을 내려놓았다. 스물여섯의 단정한 원피스. 시선이 엄마의 종아리로 갔다. 스타킹 아래 희미한 자국. 본 척하지 않으려다 실패했다. 실패가 서장의 마지막 문이다. 저는 어린애가 아니에요. 선언이 예린을 서장 안에 완성시킨다. 거부하는 딸을 한 번에 무릎 꿇리면 히로인이 아니다. 오늘은 자국만 보았다. 본 자국이 잊히지 않는 것이 타락의 입구다. 정희는 딸 앞에서 코트를 목까지 잠갔다. 잠글수록 자국이 상상되었다. 상상이 조력자의 용기를 만든다. 숨길 집이 없어지면 앞장선다. 서장이 닫힌다. 카타르시스는 딸의 공손한 질문이다. 질문이 문을 닫고, 닫힌 문 뒤에 15가 숨 쉰다.

보는 게 당신의 예배예요, 에 음란한 말은 없다. 없어서 더 배덕이다. 몸이 먼저 주제를 뱉는다. 무릎이 접히고 성경이 바닥에 안 닿게 붙들린다. 붙드는 손이 마지막 직무다. 직무가 굴욕이 되는 감각을 자랑하면 천박하다. 강단 말투로만 떤다. 떨림을 성령이라 부르면 아침이 산다. 성령이 아닌 줄 알면서 성경을 펴 두는 목사가 이미 그의 것이다. 예린의 실패가 서장의 마지막 문이다. 본 척하지 않으려다 본 자국. 자국이 잊히지 않는 것이 타락의 입구다. 입구에서 한 번에 무릎 꿇리면 히로인이 아니다. 공손한 질문이 문을 닫는다. 닫힌 문 뒤에 15가 숨 쉰다. 숨 쉬는 15를 오늘 열지 않는다. 열지 않는 인내가 서장의 카타르시스다. 닫힘의 단 맛이 개막보다 길다.